[※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지난해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하며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바이브에서도 영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석수선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 [본인 제공]


지난 20년3S 주식
간 필자가 경험한 우리나라 디자인 교육의 현장은 그 자체로 한국 사회의 변화와 긴밀히 맞닿아 있었다. 그러나 최근 챗 GPT를 위시한 생성형 AI가 빠르게 등장한 2023~2025년은 그 변화의 속도와 결이 완전히 달라졌다.
2020년대 초까지만 해도, 많은 학생은 새로운 캐드(CAD) 도구나 렌더링 소프트웨어에 대한 사용법 자체만으로도골드몽릴게임
충분한 도전과 성취를 경험했다. 하지만 2025년 현재 디자인 분야의 AI 도입률은 30%에 달하고, 조만간 70%까지 오를 것으로 예측된다. 학생과 현업 모두 "AI 없는 디자인 실습"이 오히려 예외로 여겨지는 새로운 환경에 들어섰다.
이 변화의 한복판에서, 디자인 교육자가 처음으로 마주한 것은 학생의 기술 감각과 '감정'의 가파른 변관심종목
화다. 이제 많은 학생은 인터페이스가 조금만 복잡해도 "왜 이렇게 불편하냐"며 민감하게 반응한다. 결과물이 즉각 완성되지 않으면 '비효율적 도구'로 여기고 실망한다.
그들이 기대하는 AI와 소프트웨어는 마치 '잘 훈련된 비서'처럼 완벽하게 작동해야 하는 '완성형 체계'이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 AI가 내는 결과는 인간이 예상했던 범주를라이브플렉스 주식
매번 벗어난다. 오류, 즉각적 불일치, 또는 미묘한 '의도 차이'는 학생들에게 기능의 실망을 넘어 '내가 통제하지 못하는 세상'에 대한 낯선 불안을 준다.
2023년 미국 스탠퍼드대의 '창의적 디자인에서 인간과 인공지능의 협업'(Human-AI Collaboration in Creative Design) 연구도 학생 다수(73%)가 'ELS란
AI의 창의적 오작동'을 불신보다 불협화음으로 경험한다고 답했다.
이 시대의 Z세대는 '플러그 앤 플레이' 문화에서 자랐다. 그들에게 디지털 기술은 익숙함을 넘어서, '없으면 불편함'이 아니라 '제대로 동작하지 않으면 즉시 폐기'의 대상이다. 시스템의 오류, 느린 로딩, 불완전한 프롬프트 결과에 대한 인내심은 확실히 낮아졌다. 생성형 AI 초창기, 많은 학생이 놀라운 창작력과 효율성에 환호했다.
하지만 기술이 더 똑똑해질수록, 기대와 현실의 간극도 커졌다. AI가 내 기대에 어긋난 결과를 낼 때, 학생들은 불쾌감만이 아니라 '공감 실패의 좌절'에 가까운 감정을 표출했다. 기술을 '다룬다'기보다 '공존한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해진 것이다.
디자인의 본질은 원래 '실패와 탐색'의 미학이다. 스케치가 무한히 망가져 봐야 아이디어가 태어나고, 시행착오 끝에 유일한 해법이 등장한다.
특히 자신 역시 수십 년째 새로운 도구와 싸워온 X세대 교수자는 AI·도구·실패·과정 중심 학습의 필요성을 늘 강조한다. 하지만 학생들은 '정확성'과 '완성도'를 자동화와 데이터 기반 기술 덕분에 '보장된 권리'로 오해하기 쉽다.
그렇기에 AI가 오류를 냈을 때 '나의 실패'로 받아들이고, 좌절하거나 흥미를 잃는 경우가 늘고 있다.
2025년, 업계는 'AI와 인간 디자이너의 협업'이 가장 중요한 트렌드라 진단한다. 인공지능이 초안을 만들고, 인간이 감성과 윤리, 그리고 해석을 덧입히는 시대다. 이제 디자인 교육은 정확한 정답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예상치 못한 가능성을 수용하고 해석·재창조하는 감정적 역량(emotional literacy) 훈련으로 옮아간다.
인간은 여전히 'AI가 잘 못하는 것', 즉 공감, 질감, 의미 생산, 모호함 끌어안기에서 경쟁 우위를 지닌다. 2025년 열린 '디자인코리아' 콘퍼런스에서도 현업·학계 전문가가 '디자인은 도구의 전면 혁신가이자 감정적 해석이 본질로 돌아오는 시점'이라 일치된 진단을 내렸다.
AI는 더 이상 보조자가 아니다. 많은 학생은 'AI 디렉터', 'AI 코디네이터', 심지어 'AI 파트너'라는 새로운 역할을 스스로 실험하고 있다. 국민대학교 AI 디자인 랩 등은 현장 전문가와 학생, 산업계가 참여하는 산학 협력 기반의 AI 디자인 교육모델을 혁신적으로 확장한다.
교과에도 'AI 도구의 한계 실험', '의미 만들기'(meaning-making), 과정 중심 디자인 교육이 강조된다. 기술에 대한 대화, 실시간 피드백, 감정 관리, 협동적 창작 역량이 미래 디자이너의 핵심 가치로 떠오른다.
이 변화 속에서 교육자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AI의 한계와 함께 탐색·실패의 미덕을 재발견하게 해야 한다. 학생 스스로 '기술과 나'라는 관계의 틀을, '통제와 완성'에서 '대화와 탐험'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안내해야 한다. 기술은 효율의 신화가 아님을, 불완전함 속에서 새로운 회로와 이야기가 태어남을 반복적으로 경험시켜야 한다.
정답의 미학이 아닌 '과정의 감정', 결과가 아닐 때 비로소 빛나는 '유연한 창작'이란 무엇인지 스스로 묻고 일깨울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결국 AI 시대의 디자인 교육은 기술과 감정의 경계를 다시 그리는 일이다. 정확한 해답 대신 공감과 신뢰, 해석의 언어로 디자인이 쓰일 때, 창의라는 불꽃은 다시 타오른다. 2030년대, 디자인 교육의 미래는 '함께 실패하기—그리고 다시 재해석하기'의 체험을 가장 값지게 여기는 세대가 주역이 될 것이다.
그때에야 학생들은 기술과 함께 '공동 창작자'(co-creator)로서 한 걸음 더 전진할 수 있다. 그것이 AI와 예술, 기술과 인간 사이에 남은 진짜 디자인의 자리가 아닐까.
석수선 디자인전문가
▲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 대학원 박사(영상예술학 박사). ▲ (주) 카우치포테이토 대표. ▲ 연세대학교 디자인센터 아트디렉터 역임. ▲ 현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 ▲ 한예종·경희대·한양대 겸임교수 역임.
<정리 :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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